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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장 종산 영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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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용근 작성일2011.02.24 조회1,8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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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결 사

락혼휴행불저가(落魂閑行不著家)
편심춘사상년화(偏尋春寺賞年華)
야승우향화전정(野僧偶向花前定)
만수광풍만수화(滿樹狂風滿樹花)

구름 같은 길손이여 머무는 곳 없나니
봄의 옛 절을 찾아 꽃구경 한창이네
돌 중이 꽃 앞에서 선정에 드니
나무 가득 광풍이요 나무 가득 꽃이네

유난히도 추었던 겨울을 간신히 견디고 이제 막 꽃피는 봄을 맞이했건만 혜정 대종사께서는 내리는 꽃비를 맞으며 영원한 적멸의 선정에 드셨습니다.

맑은 수행력과 보살의 덕행으로 극락에서 아미타 부처님을 친견하며 파안대소 할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환한 얼굴과 미소, 아름다운 법체를 친견할 수 없으니, 육신의 몸을 지닌 우리 중생들의 마음에는 슬픔과 그리움만이 가득합니다.

혜정 대종사여, 스님께선 격동의 근현대사를 오로지 굳은 신심과 수행력으로 동행하셨던 한국불교의 산증인이셨습니다. 공주 마곡사로 출가해 불문의 연을 맺은 이후 법주사에 머물렀던 스님께선 언제나 수행자의 표본이었으며 귀감이었습니다. 위대한 선지식이자 근대 한국불교를 정화불사를 견인하셨던 금오 선사의 지중한 가르침을 몸으로 새기며 밤을 밝혀 수행했고, 정화불사 때에는 온 몸을 바쳐 한국불교의 밝은 미래를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개명천지(開明天地), 상전벽해(桑田碧海)의 21세기, 자동차가 사람의 신발이 돼버린 오늘에도 스님께서는 개인승용차 한번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셨으며, 80세에 가까운 노구에도 손수 빨래를 하는 등 마지막까지 청빈한 수행자의 삶을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혜정 대종사여, 법이 상주하는 법주사(法住寺)에서 오직 법(法)에 귀의해 사시다가(住), 법(法)의 배(舟)를 타고 법(法)의 세계에 드셨으니(走), 그곳의 소식은 어떠하신지요? 오고감이야 세상의 당연한 이치이건만, 사람의 정리를 버리지 못한 중생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스님의 넉넉하신 품이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사바에 머무는 우리 불자들과 수행자들은 일체 중생의 번뇌와 망상을 여의고 열심히 정진해 반드시 청정한 법의 세계를 성취하리니, 스님 또한 열반락(涅槃樂)에 드시어 오래도록 후학들에게 감로와 같은 자비의 가르침과 법향을 전해주시기를 간곡히 기원합니다.

불기2555년 2월 26일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장 종산 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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