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상원 교수 "한국 멜로 명작 '봄날은 간다'…계절도, 사랑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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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원 작성일2025.06.19 댓글0건본문
■ 출연 : 곽상원 교수
■ 진행 : 이승원 기자
■ 송출 : 2025년 6월 19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 967'
■ 주파수 : 청주FM 96.7MHz /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무비 Talk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방송 다시 듣기는 BBS청주불교방송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 본 인터뷰 내용을 기사에 인용하거나 방송에 사용시 청주BBS '충북저널967'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이호상 : 무비토크 곽상원 교수와 함께 하겠습니다. 곽 교수님 나와 계시죠? 안녕하십니까?
▶ 곽상원 : 네. 안녕하십니까? 무비 토커 곽상원입니다.
▷ 이호상 : 오늘은 어떤 영화를 소개해 주실 건지요?
▶ 곽상원 : 이제 봄이 천천히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여름입니다. 너무 더워요. “어?” 하는 사이에 온 봄이, “아~” 하는 동안 가버리는 것 같습니다.
▷ 이호상 : 네. 맞습니다.
▶ 곽상원 : 이렇게 얘기하니까 대충 짐작하실 것 같은데요.
▷ 이호상 : 좀 달달한 영화인가요?
▶ 곽상원 : 네. 봄이 가고 여름이 올 때 소개시켜 드리려고 아껴놓은 영화입니다. 2011년 허진호 감독 유지태/이영애 주연에 2001년 영화 <봄날은 간다>를 한번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제목보다도 영화에 나온 대사 때문에 많이 유명한 영화이기도 하죠.
▷ 이호상 : 유지태, 이영애 주연이라고 하셨는데 사랑 이야기잖아요. “라면 먹자” 이런 대화가 나왔던 것 같은데요.
▶ 곽상원 : 네. 맞습니다. 처음에 안영미 씨가 한 방송에서 이 대사를 “라면 먹고 갈래요?”로 바꿔가지고 더 유명해진 대사이긴 한데, 원래 대사는 “라면 먹을래요?”고요. 그리고 이 멘트는 전 국민의 작업 멘트가 2001년 이후부터 돼버렸죠.
▷ 이호상 : 네. 역시 좋은 명작은 시간의 깊이가 말해주는 것 같고요. 사실은 <봄날은 간다>. 누구에게나 다 그런 봄날이 다 있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말이죠. 이 영화 대사가 아직도 살아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기도 하는데, 좋은 영화이다 보니 또 명대사도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 같고 말이죠.
▶ 곽상원 : 예. 맞아요. 좋은 영화다 보니까 그 대사가 2001년도에 나온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2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사들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영화 안에는 사라지는 것에 대한 측은함도 많이 들어 있어요. 사랑하고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남고, 그리고 조금씩 사라지면서 측은함이 그 공간을 메운다라고 영화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이미 먼저 떠난 남편을 기다린다라든지, 자식이 할머니의 사라진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서 사진을 보고 이야기한다라든지, 아니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소재 중의 하나인 ‘소리’라는 것도 등장하게 되거든요. 소리라는 것도 들리는 순간 사라지는 건데 주인공 상우, 유지태가 연기했던 상우는 그 소리를 잡으려고, 사라지는 소리를 잡으려고 하는 녹음 기사로 등장을 하죠. 그리고 상우는 사라져 가는 사랑을 붙잡으려고 하고요. 그리고 이영애가 연기했던 은우는 사라진 사랑의 추억을 다시 찾으려는 상우를 다시 만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상우는 사라진 그녀를 추억해 가면서 웃게 되는 거고요. 그래서 이렇게 봄날은 가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천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시간이라는 걸 잡을 수 없고, 그리고 그것이 추억으로 남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영화 <봄날은 간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 이호상 : 교수님 설명을 들으면서 저는 계속 영화를 생각해보고 있는데, 결말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만, 잔잔했던 장면들은 제 머릿속에 기억이 나는데요. 측은함이라고 표현을 해 주셨는데, 사실은 이게 추억 아니겠습니까? 저는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측은함이라기보다 저는 “아, 잔잔했던 사랑이 추억으로 남는 거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생각이 나는데요.
▶ 곽상원 : 네. 맞아요. 측은함이 공간을 메우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이라는 것은 아픔으로 남는 게 아니라 추억으로 남는다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유명한 대사가 하나 더 있죠.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대사였는데, 사랑은 변하지 않고 머물러야 하는데 그것도 흘러가면서 사라지게 되는 거고요. 흘러가면서 사라지려고 하는 은우의 사랑이 있고, 그것을 붙잡으려고 하는 상우의 사랑이 있습니다. 둘의 뜨거웠던 사랑은 서로가 원하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점점 더 골이 깊어지게 되면서, 사랑이라는 것은 이별로 변하게 되는 거죠. 상우는 사랑에 굉장히 서툴렀고, 그리고 은우는 사랑이라는 것이 굉장히 두려웠습니다. 원래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사람이 변할 뿐이죠. 그렇게 둘의 사랑은 사라지고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죠.
▷ 이호상 : 그러니까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랑이었는데, 결국은 지금 교수님 말씀하신 대로 사랑은 변하지 않지만 사람이 변한다. 아주 감성적인 영화였네요.
▶ 곽상원 : 이 영화를 20살 때 봤던 감정이랑, 그리고 지금 나이 들어서 다시 보게 될 때 느낌이랑은 사뭇 다릅니다. 20살 때 보게 되면 단순히 사랑 영화처럼 보이게 되지만, 지금 다시 보게 되면 ‘이거는 우리 인생을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의 마음을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보는 방식이 굉장히 달라지는 영화 중에 한 편이 바로 영화 <봄날은 간다>입니다.
▷ 이호상 :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 영화를 보면서 이영애와 유지태가 보여주는 외형적인 이미지가 영화와, 그리고 배역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됐는데 말이죠.
▶ 곽상원 : 예. 그렇죠. 그때 유지태라는 젊은 배우 그리고 이영애라는 우리나라 톱 배우, 당대 최고의 배우 둘이 나와서 아름다운 사랑을 이야기하게 되다 보니까, 지금도 포스터를 보게 되면, 포스터 안에 아련한 사랑이 굉장히 잘 표현되고 잘 묻어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 이호상 : 그 당시에 이영애 씨 배역이 지방 방송국의 PD, 작가 역할로 나왔던 것 같습니다.
▶ 곽상원 : 지방 방송국 같은 경우는 PD랑 작가랑 같이 겸하게 되잖아요. 그리고 PD랑 작가도 겸하면서 DJ도 같이하는 경우도 있는데, 영화상에서도 그렇게 표현이 돼요. PD면서도 작가면서도 DJ도 같이하는 지방 방송국에 있는 PD로 나옵니다.
▷ 이호상 : 그럼 유지태 씨는 어떤 역할인가요?
▶ 곽상원 : 지나가는 바람 소리라든지 아니면 물소리라든지 소리를 녹음하고 담는 녹음 엔지니어로 등장하게 됩니다.
▷ 이호상 : 그렇군요. 이제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게 되고 거기서 “라면 먹자.”는 얘기가 나오죠. 분명히 갈등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사랑은 변하지 않지만, 사람이 변하는 것 하지만 옆에 항상 사람이 필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 곽상원 : 영화를 보면 사건이라는 것이 되게 일상적인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대단한 사건이 있는 게 아니라 영화가 갖고 있는 큰 미덕 중 하나는 잔잔한 일상 안에 있는 커다란 사건을 우리의 일상으로 녹여놨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라면 먹고 갈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정말로 대단한 대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 하나에 많은 느낌을 넣어서 안에 있는 사실적인 은유에 대해서 더 감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도 그렇잖아요. 아무리 슬퍼도 슬픈 척하지 않고 아무리 기뻐도 기쁜 척하지 않고 이런 것들을 내면에서 밖으로 표현하지 않음을 이런 대사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친한 친구랑 이야기할 때 “야 너는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친구야.”라는 말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냥 가볍게 웃으면서 “너는 우리 친구야.”라는 걸 표현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유지태도 대사관에서 이런 말을 해요. “음 김치 잘 담가요.”. “우리 아버지가 사귀는 사람 있으면 데리고 오래요.”라고 얘기를 하니까 은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 김치 못 담궈.”라고 얘기를 해요. 즉 “우리 결혼했으면 좋겠어요.”라는 얘기를 김치로 표현하게 돼요.
▷ 이호상 : 그렇죠. 은유적으로 표현하죠.
▶ 곽상원 : 일상적이고 사실적인 대사를 은유적으로 사용하다 보니까 손발이 오그라드는 화려한 미사 열구가 아니라 일상적인 대사를 통해서 질리지 않고 지금도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계속해서 영화를 보게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이호상 : 그러니까 일상적인 대사를 사용하지만 그 안에 감정이 녹아 있는 숨겨져 있는 대사들이 포인트라는 말씀으로 해석되는데 말이죠. 이런 잔잔한 것이 허진호 감독의 장점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이 영화 말고도 사실은 다른 영화에서도 잘 나타나지 않습니까?
▶ 곽상원 : 대한민국 멜로 영화 중에서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 하면 <봄날은 간다>와 <8월의 크리스마스>죠.
▷ 이호상 : 지난번에 소개 한번 해 주셨죠.
▶ 곽상원 : <8월의 크리스마스>도 허진호 감독의 작품입니다. 자연스러운 등장, 자연스러운 행동, 대사들 진짜 섬세하게 직조합니다. 대단한 대사나 사건이 없어요.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지고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 힐링해 주는 영화를 많이 만들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영화가 2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일상적인 방식을 자연스럽게 풀어냈기 때문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같은 상황으로 영화를 담담하게 잘 풀어냈기 때문에 두 편의 영화가 명작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 이호상 : <8월의 크리스마스> 또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의 잔잔한 영화입니다. 울림을 주는 아주 좋은 작품인 거 같은데요. 이번 주말에 좀 비가 온다고 하는데요. 안방에 누워서 이런 영화 한 편 보면 좋겠네요.
▶ 곽상원 : 봄날이 가기 전에 보기에는 가장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 이호상 : 다음 주부터 아주 무덥다고 하는데요. 이 영화 좀 마지막으로 좀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곽 교수님 오늘 말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더 좋고 재미있는 영화 부탁드리겠습니다.
▶ 곽상원 : 네 감사합니다.
▷ 이호상 : 곽상원 교수의 무비 토크 오늘은 허진호 감독, 유지태, 이영애 주연, 2001년 개봉작 <봄날은 간다> 소개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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