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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선권 여행작가, "논산 돈암서원... 홍살문을 지나 걷다보니 옛 유생들의 숨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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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진수 작성일2021.09.0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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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연현철 기자
■ 2021년 9월 9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967' (청주FM 96.7MHz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여행스케치


▷연현철 :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 ‘주말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 전화 연결되어 있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연현철 : 반갑습니다. 작가님, 오늘은 어디를 소개해 주실 건가요?

▶김선권 : 지난번에 이어 오늘도 유네스코 특집입니다. 지난번에 소개한 말이산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잠정등재되어 실사를 통해 정식등재를 앞둔 곳이었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근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입니다. 2019년 ‘한국의 서원’이란 이름으로 조선시대 서원 아홉 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그 중 논산에 있는 돈암서원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곳은 돈암서원이지만, 서원의 일반적인 모습과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에게 조선 시대의 교육기관이 뭐가 있냐고 물어보면 보통 서당과 성균관을 이야기합니다. 성균관은 현재의 대학에 해당하는 중앙의 최고 교육기관이고 서당은 초등 교육기관입니다.

▷연현철 : 그렇다면 서원은 교육기관을 보면 될까요?

▶김선권 : 네 맞습니다. 서원과 향교가 지금의 중등 교육기관에 해당합니다. 더불어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기능도 같이했습니다. 그래서 유생들이 공부하는 공간과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연현철 : 그럼 작가님, 향교와 서원의 차이는 무엇인지요?

▶김선권 : 향교는 관학, 지금의 공립학교에 해당하고, 서원은 사학, 지금의 사립학교에 해당합니다. 향교는 성현(공자와 그 제자들)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서원은 선현(자신의 선생님)에 대한 제사를 지냅니다. 돈암서원은 우리나라 예학의 태두 사계 김장생의 강학 기반을 배경으로 건립된 서원입니다. 당연히 공자님이 아니라 사계 김장생에 대한 제사를 지냅니다. 그리고 향교의 학생은 교생, 서원의 학생은 원생이라고 불렀습니다. 조선시대 초기의 향교 입학 조건은 16세 이상 40세 미만의 평민 이상의 자제들이었는데 추천과 시험을 통해 입학했습니다. 조선 전기에는 향교의 학생들이 대다수 양반이었으나, 사림이 집권한 양반의 자제들이 대부분 서원으로 가게 되면서, 향교의 학생 대다수가 평민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군역을 면제받는 특권이 있어 이를 위해 입학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연현철 : 아, 어떻게 보면 대학생 군입대 연기와 비슷한 것인가요?

▶김선권 : 그런데 조금 다릅니다. 현재는 면제가 아니라 연기잖아요. 향교에 다니는 교생은 그 시기에 해당하는 군역이 면제되었습니다. 물론 향교에 다니다가 그만두면 다시 군역이 시작되었습니다.

▷연현철 : 아, 그렇다면 면제받기 위해 향교에 다니는 척하는 경우도 있지 않았을까요 작가님?

▶김선권 : 그래서 국가가 일종의 중간고사, 기말고사 같은 시험을 봐서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제적시켰습니다. 조선이란 나라가 생각보다 체계가 잘 잡힌 나라였습니다.
이제 돈암서원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돈암서원을 비롯한 서원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홍살문과 하마비입니다. 기둥만 있는 붉은칠을 한 나무로 된 문인 홍살문은 신성시되는 장소를 보호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균관을 비롯한 각 지방의 문묘 밖 홍살문에 하마비가 세워졌는데, 하마비는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이곳에서는 말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는 표식입니다.

▷연현철 : 아, 신붐고하를 막론하고 내려서 거려가야 한다. 그렇다면 하마비가 현재의 주차장 표식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선권 : 네 조금 다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네요. 보통 서원에서는 홍살문을 지나면 외삼문이 나옵니다. 외삼문이란 담과 연결되어 있는 세 칸짜리 대문으로, 그 공간으로 들어가는 실질적인 대문을 말합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도 일종의 외삼문입니다. 청주향교의 경우 계단 위에 있는 문이 역시 외삼문입니다. 그런데 돈암서원은 조금 다릅니다. 홍살문에 들어서 조금 걷다 보면 외삼문에 이르기 전에 산앙루에 다다릅니다. 산앙루는 돈암서원의 정문입니다. 그런데 산앙루는 외삼문 앞 넓은 터에 혼자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는데 문의 기능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정문의 역할은 산앙루 뒤에 있는 입덕문이라 불리는 외삼문이 하고 있습니다. 입덕문은 말 그대로 ‘덕을 쌓으러 들어가는 문’입니다. 입덕문을 들어가면 세 기둥을 지나가게 되는데, 첫 기둥을 받치고 있는 돌은 사각, 두 번째 기둥은 팔각, 세 번째 기둥은 원형입니다. 덕을 쌓아가면서 모난 곳이 깎여 둥글게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연현철 : 그냥 지나치기 쉬운 디테일이 숨겨져 있네요.

▶김선권 : 네 모르고 가면 그냥 지나치게 되죠. 입덕문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양성당이 자리하고 있는데 유생들이 모여 공부하던 곳입니다. 향교에서는 명륜당이라고 부르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양성당 양쪽으로 있는 건물은 유생들의 기숙사인 서재와 동재입니다. 돈암서원에서는 정의재와 거경재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선 전통적으로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을 중요시했습니다. 궁궐 안 세자가 머무는 곳은 궁궐의 동쪽에 위치하고 동궁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세자를 동궁마마라고 했지요. 좌의정과 우의정은 품계는 같지만, 항상 남쪽을 바라보고 있던 임금의 기준으로 좌측이 동쪽이고, 동쪽에 있는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내부서열이 높았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보통 동재에 선임 유생들이, 서재에는 신참 유생들이 머물렀습니다.

▷연현철 : 그렇다면 서원에서 유생들이 공부하는 강당과 유생들이 기거하던 동재와 서재가 핵심 건물이 되겠군요.

▶김선권 : 보통 다른 서원과 향교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돈암서원은 조금 다릅니다. 내삼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 응도당이란 건물이 있습니다. 돈암서원은 원래 다른 곳에 있다가 현재 장소로 이건했는데, 돈암서원이 이곳으로 옮겨오기 전에 대강당으로 사용되었던 곳은 지금의 응도당이었습니다. 규모가 커서 옮기는 비용이 많이 드는 응도당 대신 돈암서원의 부속건물이었던 양성당을 대신 옮겨 강당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원래 강당이었던 응도당은 1971년에야 지금의 자리에 옮겨왔습니다. 원래는 현재 양성당이 있는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건물이지요.

▷연현철 : 나중에 따로 옮겨와서 제자리를 못 잡았군요.

▶김선권 : 그렇습니다. 그래서 양성당이 형식적인 강당이라면 응도당은 실질적인 강당입니다. 크고 웅장한 건물입니다. 보통의 서원 건축물들은 아담한 크기인 데 반해 응도당은 좀처럼 보기 드문 크기입니다. 응도당의 가장 큰 특징은 눈썹지붕입니다. 눈썹지붕은 벽이나 지붕 끝에 설치한 좁은 지붕을 말하는데, 이렇게 서원 강당에 눈썹지붕을 설치한 것은 돈암서원 말고는 논산 노강서원이 있습니다. 논산지역의 서원에서만 보이는 특징입니다. 그리고 돈암서원 양성당 뒤쪽으로 제사를 지내는 공간인 숭례사가 있는데 꽃담이 참 아름답습니다. 향교에서는 대성전이라고 부르는 공간입니다.

▷연현철 : 알겠습니다. 논삼 돈원서원에 대해서 설명해주시고 계신데. 역사 공부는 조금 뒤로 하시고, 먹거리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죠 작가님.

▶김선권 : 알겠습니다. 돈암서원에서 은진미륵으로 유명한 관촉사까지는 2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입니다. 은진미륵이라고 비현실적으로 생긴 석굴이 있는데요. 아마 석굴을 보시면 알 겁니다. 그래서 돈암서원과 관촉사를 함께 보시면 좋은데, 관촉사 바로 아래 보리굴비 정식을 아주 잘하는 집이 있습니다. 잘 지어진 밥을 수저에 가득 퍼서 그 위에 보리굴비를 얹어 시원한 녹차에 살짝 담갔다가 먹으면, 보리굴비를 능가하는 밥도둑은 어디에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린고비 그 양반은 도대체 왜 이 맛있는 걸 먹지는 않고 보기만 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연현철 : 알겠습니다. 작가님 저희가 시간 관계상 오늘은 여기까지만 듣고요. 다음 시간에 또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연현철 : 지금까지 ‘여행 스케치’ 김선권 여행작가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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