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선권 여행작가, "이번 여름휴가는 바캉스 말고 궁카스" > 뉴스

검색하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뉴스

충북뉴스
HOME충북뉴스

뉴스

[인터뷰]김선권 여행작가, "이번 여름휴가는 바캉스 말고 궁카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정하 작성일2020.08.13 댓글0건

본문

■ 대담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연현철 기자

▷연현철 : 오늘은 전국 곳곳의 여행지에 대해 소개하는 코너, 주말 여행 스케치 시간입니다.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 연결돼있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연현철 : 벌써 8월이 절반 가까이 지나고 있는데요, 예년에 비해 덥지는 않지만 비 피해가 전국적으로 커서 걱정입니다.

▶김선권 : 네, 비 피해를 속히 복구하는 게 가장 우선적인 일이겠죠. 그런데 이 비는 보통 일 년에 딱 한 번 누릴 수 있는 휴가를 계획하는 분들께도 영 성가신 손님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맑고 뽀송뽀송한 날씨가 아닌 비 오는 날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적당히 비가 오면 더욱 가기에 좋은 곳이 있어요. 비는 나들이 갈 때 불편함을 주는 요소지만 한편으로는 산수풍경을 수놓는 붓이 되기도 한답니다. 8월 우중 산책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선정했습니다. 오늘은 발상의 전환, 궁캉스입니다.

▷연현철 : 궁캉스면 이게 대충 예상은 가는데, 궁캉스요?

▶김선권 : 네, 보통 휴가라고 하면 서울에서 지방으로의 이동을 생각하는데. 서울도 지방의 유명 관광지만큼이나 볼거리가 많은 도시입니다. 서울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하기 100년 전인 1392년도에 세워진 아주 오래된 도시입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서울에서의 휴가도 아주 매력적이에요.

▷연현철 : 궁캉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오늘 소개할 곳은 궁궐이란 말씀이신거죠?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궁궐은 조선 시대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마련한 일터이자 살았던 공간이에요. 왕이 덕으로써 나라를 다스릴 수 있도록 아주 좋은 터에 궁궐을 지었습니다. 그런 곳을 거닐며 우리 역사에 대해 생각하고 그 좋은 터가 주는 기운을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준비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의 다섯 궁궐에는 조선 시대 왕이 머물렀던 모든 정보가 다 남겨져 있어요. 궁궐은 조선의 역사가 시작되고, 조선을 다스렸던 왕과 왕의 가족들이 살았던 공간이며, 조선의 역사가 끝난 곳입니다.

▷연현철 : 작가님 그러면 오늘 궁궐 다섯 곳을 모두 소개해주시는 건가요?

▶김선권 : 그건 아니고요. 한 곳을 소개할 건데요. 단 한 곳의 궁궐만을 소개할 때 저는 언제나 창덕궁입니다. 창덕궁은 조선의 3대 임금인 태종이 정궁이었던 경복궁의 이궁으로 창건했습니다. 이궁이란 나라에 전쟁이나 큰 재난이 일어나서 공식 궁궐을 사용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서 지은 궁궐을 말합니다. 창덕궁은 왕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궁궐이었습니다. 태종은 정궁인 경복궁보다 이궁인 창덕궁에서 훨씬 더 많이 머무릅니다. 아마도 왕자의 난을 비롯해 정권 확립을 위한 피비린내 나는 우여곡절을 겪은 기억이 있는 경복궁보다는 창덕궁에서 훨씬 마음이 편했던가 봅니다. 7대 임금인 세조도 어린 조카 단종을 내쫓고 왕이 되었기 때문에 경복궁에 대한 기억이 좋지는 않았는지 경복궁을 버리고 창덕궁으로 이사합니다. 그 이후로 대부분의 조선의 왕들은 거의 창덕궁을 주궁으로 이용하게 됩니다.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도성의 궁궐이 모두 불에 타 없어지고, 광해군 때에 창덕궁이 재건됩니다. 그로부터 270년간 마지막 27대 순종에 이르기까지 13명의 왕이 정무를 보던 곳이 바로 이곳 창덕궁이었습니다. 불타버렸던 경복궁은 흥선대원군에 의해 재건될 때까지 방치되어 있었어요. 창덕궁은 이궁으로 건립되었지만 사실상 조선의 정궁 역할을 했습니다.

▷연현철 : 그런데요 작가님, 아까부터 정궁, 이궁 이 단어가 저 뿐만 아니라 대중분들께서도 생소한 표현으로 받아들이실 것 같으세요. 궁궐의 또 다른 명칭이 있을까요?

▶김선권 : 왕이 항상 거주하는 주궁을 정궁 또는 법궁이라 합니다.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따로 떨어져 지은 궁을 이궁이라 하고 즉위식, 혼례, 세자책봉과 같은 가례를 행하는 곳을 별궁이라 하고, 지방 행차 시 임시로 머무는 곳을 행궁이라고 합니다. 행궁으로는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수원화성이나 남한산성이 대표적입니다. 궁궐은 국왕의 거처이자 집무실입니다. 그래서 궁궐은 크게 왕과 왕실 가족의 생활공간인 내전 그리고 왕이 공식적으로 신하들을 만나 행사를 치르는 공간인 외전으로 나누어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궁궐에 가면 외전을 거쳐 내전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호칭은 대부분 그의 거처와 관련이 있어요. 왕비가 거처하는 곳이 궁궐의 한 가운데 있기에 중전, 왕세자는 차세대 군주라 해가 뜨는 동쪽에 거처하기에 동궁이라고 하죠. 그 밖에 관리들의 공간인 궐내 각사와 왕과 왕실 가족들의 휴식공간인 후원이 있답니다.

▷연현철 : 네, 작가님 창덕궁 자랑도 해주시죠. 창덕궁은 어떤 매력을 소개해주시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김선권 : 평탄한 곳에 질서 정연하게 건물이 들어선 경복궁과는 달리 창덕궁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러 전각을 지었습니다. 자연 지형에 맞게 배치하고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지요. 창덕궁은 조선 왕조의 궁궐 건축과 정원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입니다. 숲과 나무, 연못, 정자, 화단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후원은 동양 조경의 정수라 할 수 있어요. 후원은 창덕궁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비가 올 때의 창덕궁은 훨씬 더 운치 있습니다. 10만 3천 평에 이르는 창덕궁 후원의 자연은 비 올 때 깨어납니다. 동시에 비가 오면 관람객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덕분에 궁궐의 고즈넉함은 배가 됩니다. 비 내리면 운치도 좋지만 알싸한 흙내가 코끝을 자극하죠. 도심에 자리한 궁궐을 호젓하게 거니는 것, 그것은 상상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창덕궁은 주변 지형과 어우러진 가장 한국적인 궁궐입니다. 단청하지 않은 소박한 모습, 경사진 터와 계단에 심은 꽃나무, 돌로 쌓은 단아한 굴뚝이 눈길을 끌죠. 300년 넘은 고목이 70그루 이상이 숨 쉬는데, 그래서 그런지 도심에 비해 훨씬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연현철 : 작가님께서 묘사를 이렇게 해주시니까 창덕궁 후원을 좋아하시는게 느껴집니다.

▶김선권 : 네, 제가 좀 많이 좋아합니다. 응봉산의 산세를 고스란히 살린 후원은 자연을 헤치지 않고 지은 여러 정자와 연못 괴석 등이 주변 경치와 조화를 이루며 계절마다 우리에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자연적인 지형에다 꽃과 나무를 심고 연못을 파서 아름답고 조화롭게 건물을 배치한 창덕궁 후원에는 각종 희귀한 수목이 우거져 있으며, 많은 건물과 연못 등이 있어 왕과 왕비들은 이곳에서 여가를 즐기고 심신을 수양하거나 학문을 닦고 연회를 베풀었던 곳입니다. 뿐만 아니라, 궁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왕실 여인들의 유일한 휴식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비 내리는 후원을 걷노라면 궁궐 여인들의 소곤거림이 빗소리를 타고 전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연현철 : 창덕궁이 야간에도 개장합니까?

▶김선권 : 네, 창덕궁 달빛 기행이라고 하는데요. 창덕궁과 후원을 문화 해설사와 함께 둘러보는 프로그램으로 내일부터 약 두 달간 열립니다. 20명 정도 되는 인원이 한국의 전통 등불인 청사초롱을 들고 500년 역사의 궁 내 자연과 건축물을 감상하고, 마지막에는 다례와 전통공연을 즐길 수 있는 아주 즐거운 프로그램이에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올해는 이미 매진되었습니다. 예매에 실패하신 분들께서는 내년에 서두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연현철 : 아, 저는 이제 알았는데요. 너무 아쉽습니다. 야간개장 인기가 상당하네요, 작가님 그럼 창덕궁의 매력을 간단히 정리해주신다면 어떻게 될까요?

▶김선권 : 글쎄요, 이건 다른 분께서 했던 말로 대신할게요. 유홍준 교수님께서 창덕궁에 대해 ‘검이불루 화이불치’라고 하셨는데요. 이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의미입니다. 창덕궁을 가보면 왜 창덕궁을 고궁의 절정이라 하는지, 우리나라 건축의 자긍심이라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의 말대로 창덕궁의 모습은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화려한 모습을 담고 있는 건축물이 아닌, 보고 있노라면 가슴속 어딘가가 따뜻해지는 인간적인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반겨줍니다.

▷연현철 : 작가님 시간이 얼마 안남았는데요, 간단하게 창덕궁 근처 맛집 아니면 먹어봐야 한다는 곳을 추천해주신다면요?

▶김선권 : 저는 창덕궁에서 인사동이나 삼청동까지 걸어가는 것을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삼청동에 가서 대통령님께서 가셨던 수제빗집에 가기도 하고요, 인사동에 가서 전통 찻집에 들르기도 합니다. 그거 아세요? 인사동은 영어 간판이 없어요.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 유명한 커피전문점도 영어가 아닌 한글로 간판을 만들어 달았답니다.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지요.

▷연현철 : 재밌네요. 작가님 말씀만 들어도 여름 더위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창덕궁 저도 한번 다녀와야될 것 같습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선권 : 네, 감사합니다.

▷연현철 : 다음 주에 또 멋진 곳을 추천해주실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여행 전문가 김선권 작가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주소 : (우)28804 충북 청주시 서원구 1순환로 1130-27 3층전화 : 043-294-5114~7 팩스 : 043-294-5119

Copyright (C) 2022 www.cjbbs.co.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