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는 죽은 영아의 진술을 들을 수 없습니다.

자녀에게 부모의 선택을 강요하는 일,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은 명백한 살인이고, 아이의 입장에선 피살입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생을 마감하는 이런 안타까운 일, 막을 순 없을까요.

조성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달 10일, 청주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생후 일주일 된 영아가 숨졌습니다.

질식사한 것으로 판명된 이 영아는 팔에 장애가 있었고, 숨지기 직전까지 부모와 함께 산후조리원에서 지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영아의 부모는 경찰에 "자고 일어났더니 침대에 바르게 눕혀있던 아이가 엎어진 자세로 숨을 쉬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모를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던 경찰은 신생아가 홀로 자세를 바꿀 수 없는 점을 수상히 여겼습니다.

이후 부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조사한 결과, 아이를 살해하려고 계획을 세운 정황을 확인, 살인 혐의를 적용해 30대 친모 A씨를 구속했습니다.

친부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습니다.

폭력에 저항할 힘이 부족한 아이가 부모에 의해 숨지는 사건은 해마다 끊이지 않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조승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형은 자녀가 49건으로 전체의 16.9%를 차지했습니다.

그동안 경찰은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는 친족 살인으로 집계해 별도의 통계를 내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자녀 살해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 살해를 막기 위해선 처벌 위주의 형법 개정보단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서트>

이정기 수성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입니다.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영아 사례가 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들 같은 경우, 통계를 조사해서 지역의 어떤 조례나 이런 거를 추가나 개정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이나 과도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범행을 이젠 사회적 인식 변화로 바꿔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BBS 뉴스 조성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