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권 여행작가 "조선 왕권의 정점 근정전…광화문·청계천 찬란한 빛 축제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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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원 작성일2023.12.14 댓글0건본문
□ 출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김진수 기자
□ 2023년 11월 30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967' (청주FM 96.7MHz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여행스케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방송 다시 듣기는 BBS청주불교방송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 본 인터뷰 내용을 기사에 인용하거나 방송에 사용시 청주BBS '충북저널967'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김진수 :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죠. ‘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김진수 : 오늘은 어느 곳에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혹시 지난주에 하시던 경복궁 이야기가 이어지나요?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이번 주까지 경복궁 이야기를 하고 당분간은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사실 저도 근정전 이야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습니다. 지난 시간에 경복궁 조정의 박석 품계석 그리고 화재 예방과 진압을 위해 상징적으로 배치해 놓은 드므까지 이야기해드렸는데요. 이제 조정에서 월대로 올라가 근정전에 한 발자국 다가가겠습니다. 경복궁 근정전의 월대는 2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 상하 기단에는 모두 36개나 되는 다양한 동물 석상들이 근정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제 근정전 내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근정전은 밖에서 보면 2층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정전의 안쪽은 2층까지 높게 트이도록 해서 단층 구조입니다. 조선의 중심인 경복궁에서도 그 핵심인 근정전은 행사 공간인 만큼 전각 내부에 조선의 국왕을 상징하는 물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근정전 중앙에는 왕이 앉는 의자인 어좌(御座)가 있습니다.
▷김진수 : 임금이 앉는 의자를 용상이라고 하지 않나요?
▶김선권 : 네 맞습니다. 어좌를 옥좌 또는 용상이라고도 하는데, 용상(龍床)이라는 표현은 이 자체가 임금의 권력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좌 곳곳이 용무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좌 뒤로는 임금의 권위를 상징하는 화려한 병풍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 안에는 해와 달 그리고 다섯 개의 산봉우리, 가장자리는 소나무, 아래에는 바다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 그림은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또는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라 하는데 왕을 상징하는 그림이기 때문에, 왕이 머무는 모든 장소에 놓여 있습니다. 너무 유명한 그림이라서 분명 앵커님도 보신 적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김진수 : 본 적이 있습니다. 상당히 유명한 그림이래서요. 아무래도 기억이 납니다.
▶김선권 : 일월오봉도에는 조선의 우주관, 음양 사상, 천명사상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해와 달은 음양 이치의 상징으로, 해는 왕을 달은 왕비를 상징합니다. 다섯 개의 산봉우리는 왕이 다스리고 보살펴야 할 천하의 모든 땅을 상징하고, 폭포와 바다는 지상에 모든 물줄기가 바다로 달려가는 형세를 표현했는데, 이는 천하의 모든 것들이 왕을 향해 모인다는 것을, 그리고 소나무는 왕조의 무궁한 발전과 장수를 상징합니다. 일월오봉도는 조선 초기에는 해와 달이 없이 다섯 개의 산봉우리 집중하는 형태였다가 조선 후기에 들어서 해와 달을 그렸다고 합니다. 어탑(御榻)이라 부르는 계단을 올라 어좌에 앉아 있는 조선의 왕, 그 뒤로 왕권을 받쳐주는 일월오봉도 그리고 그 공간을 한 번 더 지붕으로 닫아 왕의 권위를 집중시켰습니다. 이 공간을 궁궐 장엄의 절정, ‘당가(唐家)’라고 부릅니다.
▷김진수 : 임금의 권위가 집중되는 거 같습니다.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궁궐 안에서 이 당가보다 더 높고 권위적인 공간은 없습니다. 이제 또 다른 임금의 상징은 용(龍)을 찾으러 조금만 이동해 보겠습니다. 용은 오래전부터 임금의 권위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근정전 내부에는 많은 용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정전에는 특별한 용이 살고 있습니다. 이 특별한 용을 만나기 위해서는 근정전의 옆쪽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정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근정전 좌측 창에서 위를 올려보면 천장 중심에 한 쌍의 황룡이 노닐고 있습니다. 황룡중에서도 가장 격이 높은 칠조룡입니다.
▷김진수 : 칠조룡이요? 칠조룡을 어떤 용인가요?
▶김선권 : 발톱이 7개가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보편적으로 동양에서 용은 황제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황제의 얼굴을 용안, 옷은 용포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황제의 상징으로 발톱이 다섯 개인 오조룡을 그렸습니다. 그래서 조선 같은 제후국은 보통 사조룡입니다. 봉황을 쓸 수 있는데,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칠조룡을 달았습니다. 용의 발톱은 왕의 위계를 상징합니다. 빛나는 황금색 대칭으로 두 마리가 함께 있는 높은 품격으로 완성된 이 칠조룡은 조선의 국왕을 천하의 중심에 자리하게 했습니다. 칠조룡은 남아있는 조선의 궁궐 중에 유일하게 이곳 경복궁 근정전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김진수 : 그런데 작가님, 그게 가능한 일이었는지 좀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지만, 조선 같은 제후국은 황제의 나라인 청나라의 눈치를 봐야 했고, 청나라보다 격이 낮은 상징을 사용해야 했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김선권 : 네. 그랬었습니다. 경복궁이 중건되던 시기에는 청나라도 이미 쇠퇴해서 제후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간섭할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흥선대원군은 용이 가진 신비함, 넘어설 수 없는 위엄, 끝이 없는 능력과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활용하여 왕의 능력과 권위를 드러내며 외세에 굴하지 않고 왕실의 자존을 세우고 싶어서 칠조룡을 달았을 것입니다.
▷김진수 : 실질적인 힘이 없어서 상징적인 힘을 빌려야 했던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란 생각이 듭니다.
▶김선권 : 그렇습니다. 결국 이 칠조룡도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지는 못하고 결국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길었던 경복궁 근정전 이야기를 마치고 잠깐 다시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으로 가보겠습니다.
▷김진수 : 광화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봅니다?
▶김선권 : 내일이죠. 12월 15일부터 내년 1월 21일까지 광화문과 청계천 일원에서 서울 빛초롱 축제가 열립니다.
▷김진수 : 빛초롱축제라면 청계천에 찬란한 빛을 내는 조형물을 전시하는 축제를 말씀하시는 거죠. 기억이 납니다.
▶김선권 : 네 맞습니다. 그런 유등 전시 말고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제가 어제 광화문에 잠시 갔었는데, 광화문에 미디어파사드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김진수 : 아직 빛초롱축제 개막 전인데 미디어파사드만 먼저 시작한 건가요?
▶김선권 : 운 좋게도 예행 연습을 하는 것을 관람하게 되었는데, 광화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빛의 향연은 황홀경에 빠져들게 했습니다. 단순히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넘어서는 경지였습니다.
▷김진수 : 네, 알겠습니다. 작가님 시간 관계상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김진수 : 지금까지 김선권 여행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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