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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선권 여행작가 "청계천 팔석담... 전국 팔도의 좋은 기운이 한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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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진수 작성일2022.09.0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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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이호상 기자

■ 2022년 9월 1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967' (청주FM 96.7MHz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여행스케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호상 :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 ‘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 나와계십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이호상 : 바로 가보죠. 지난주 저희가 청계천을 다녀왔었는데 오늘은 어디가죠? 청계천을 다시 가나요?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원래는 청계광장부터 세운교까지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듯해서 모전교를 지나 광통교까지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청계광장에는 다슬기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데 세계적 팝아티스트 ‘클라스 올든버그’의 ‘스프링’이란 작품입니다. 그 작품은 “하늘로 솟아오르는 물과 샘의 원천, 흘러내리는 한복의 옷고름,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았고 스프링은 또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제 청계천을 내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공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처음 도달하는 곳, 팔석담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05년 청계천을 복원할 때 만들어진 팔석담은, 팔석담이란 말 그대로, 8도에서 가져온 돌로 꾸민 연못입니다. 우리나라 팔도의 좋은 기운을 청계천에 모이게 한 것입니다. 인공폭포에 가까이 위치한 곳부터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돌이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맨 마지막에 검은색 돌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작은 구멍도 나 있습니다.

 

▷이호상 : 지금 청계천을 걷고 있는거죠? 작은 구멍하면 제주도 현무암 아닌가요?

 

▶김선권 : 그렇습니다. 그리고 산책로에 연결되어있는 다른 돌들과는 달리, 이 검은색 돌은 섬처럼 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팔석담이 끝나는 지점에는 동전을 던질 수 있는 둥근 함이 있습니다.

 

▷이호상 : 동전은 왜 던지나요? 혹시 소원을 비는 의미가 담긴 건가요? 

 

▶김선권 : 그렇습니다. 2005년 청계천을 복원했을 때는 이 시설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팔석담 끝에서 동전을 던지기 시작했대요. 그래서 새로 설치했습니다. 여기에 던져진 동전은 1년에 한 번 수거되어 각종 사회단체에 기부된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1년에 5,000만 원이 넘게 수거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 액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호상 : 사실 이게 우리나라 전국 곳곳 유명지에 가면 동전 던지는 곳이 있는데 말이죠, 소원을 들어준다는 의미에서요. 그런데 최근에는 신용카드 사용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의 주머니에 동전이 없지 않습니까? 저도 여행지 가면 동전 던져보고 했었는데. 작가님도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어 보셨나요?

 

▶김선권 : 저도 하필 그때 주머니에 동전이 없었습니다. 이제 청계천의 첫 번째 다리 모전교로 가보겠습니다. 조선 시대 청계천 주변에는 시전이 발달해 있었습니다. 상점들이 모인 지금의 시장과 같은 곳이죠. 이 다리의 이름 모전교는 상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쌀을 팔던 곳은 싸전, 옷을 파는 곳은 의전, 그리고 과일파는 곳을 과전(果廛) 또는 모전(隅廛)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이 다리 근처에 과일을 팔던 모전이 형성되어 있어서 모전교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보통 모전은 시전의 가장 구석진 곳, 즉 모퉁이에 있다하여 모퉁이전이라고도 했습니다. 모전교 바로 앞에 징검다리가 있습니다. 청계천의 매력 중 하나가 곳곳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입니다. 징검다리를 이용해 청계천을 건너며 강의 이쪽저쪽을 번갈아 걷는 것도 꽤 즐거운 경험입니다.

 

▷이호상 : 청계천도 청계천이지만 사실 이런 징검다리가 특히 야간에 상당히 운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선권 : 그렇습니다. 징검다리는 상당히 인기 있는 포토존입니다. 이제 두 번째 다리 광통교로 이동하겠습니다. 대광통교로 불리기도 했는데, 넓게 통하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정월대보름에 다리밟기를 하기 위해 백성들이 많이 모이는 등, 많은 사람들로 붐볐던 곳입니다. 인근에 큰 시장도 있어서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다리를 만들 때 사용된 돌의 색깔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호상 : 돌의 색깔이 차이가 난다. 처음 건설했을 때 사용된 돌인가요? 아니면 복원이 된 돌인가요?

 

▶김선권 : 2005년도 청계천 복원 공사를 할 때 발견된 태종 때 광통교를 건설했을 때 사용됐던 돌들이 다시 사용됐습니다. 

 

▷이호상 : 조선 태종 때요?

 

▶김선권 : 네. 조선의 3대 임금이었죠. 이 빛 바랜 돌들은 600년 세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광통교에는 놓쳐서는 안 되는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가 있습니다. 태종 이방원과 그의 계모 신덕왕후의 이야기입니다.

 

▷이호상 : 신덕왕후. 얼마 전에 TV 드라마에서 제가 본 것 같은데 말이죠. 태종 이방원과 그 계모 아닙니까? 신덕왕후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는데요. 뭔가 좀 비밀스런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건가요?

 

▶김선권 :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오른쪽 밑으로 들어가보면 신덕왕후를 미워한 태종 이방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방원의 계모 신덕왕후를 지키는 불상이 그려진 병풍석이 광통교의 교대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불상이 가운데 새겨져 있는 모습입니다. 신덕왕후를 향한 태조 이성계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돌이지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돌들 중에는 거꾸로 놓여져 있는 돌도 있습니다. 

 

▷이호상 :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그 돌이 왜 거기에 놓여져 있는건지. 왜 거꾸로 놓여져 있는지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선권 : 태종 이방원의 신덕왕후에 대한 미움이 가득 담긴 현장입니다. 이 다리에 놓여진 돌들은 조선왕조를 개창한 태조 이성계의 계비 강씨의 묘를 도성 안 정동에서 도성 밖 성북구 정릉동으로 옮기면서, 원래 묘에 썼던 돌들을 옮겨 다리를 건설하는 데 사용한 것입니다. 왕후의 무덤에 있는 돌을 사람들이 마구 밟고 지나다니는 다리에 놓은 것입니다. 왕비 묘의 잘 다듬어진 병풍석을 다리를 건설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나, 조선 초기의 정치 상황을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태조 이성계에게는 두 명의 부인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부인 신의왕후 한씨는 여섯 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그중 다섯 번째 아들이 태종 이방원입니다. 조선을 건국할 때 가장 큰 공을 세웠죠. 그리고 두 번째 부인이 신덕왕후 강씨입니다. 첫 번째 부인은 조선이 건국되기 전에 죽었기 때문에 사실상 조선의 첫 번째 왕비는 두 번째 부인인 신덕왕후입니다.

 

▷이호상 : 그러네요. 역사 얘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결국은 첫 번째 부인의 아들. 우리가 아는 ‘왕자의 난’ 그런 것과 연관이 되는군요.

 

▶김선권 : 신덕왕후는 아들 둘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이성계의 뒤를 이어 조선을 이끌어갈 세자책봉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성계의 맏아들은 일찍 죽고, 다섯 번째 아들 이방원은 야심이 큰 만큼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신덕왕후가 낳은 막내아들 방석이 세자가 되었습니다. 이방원은 결국 왕자의 난을 일으켜 정도전과 신덕왕후의 아들 둘 모두를 죽였습니다. 명분상 이방원의 동복형 정종이 왕위에 올랐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왕좌는 태종 이방원이 차지했습니다. 정권을 장악한 이방원이 자신의 계모인 강씨의 묘를 옮기는 과정에서 묘에 사용되었던 돌들을 다리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이호상 : 어쩌면 이런 걸 보면 그 당시 역사가 참혹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권력을 잡기 위한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가족을 죽여야하는 안타까운 역사적 사건들을 들을 때마다 말이죠. 그만큼 이방원의 계모였던 강씨에 대해서 얼마나 미움을 가지고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네요.

 

▶김선권 : 결과적으로 이 돌은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에게는 슬픔이 가득한 돌이고, 태종 이방원에게는 자신의 야망을 쟁취한 승리의 돌입니다.

 

▷이호상 : 역사적 의미가 깊이 있게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청계천을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시간이 1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아서 청계천 근처의 먹거리를 소개시켜주시죠.

 

▶김선권 : 청계천 인근에는 여러 유명한 음식들이 있지만, 오늘은 좀 덜 알려진 음식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수표교 근방에 콩나물밥으로 유명한 집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그냥 콩나물비빔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다 자란 콩나물이 아니라 70%만 자란 콩나물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콩나물을 재배하는 분의 입장에서는 덜 자란 콩나물을 판매하면 무게가 덜 나가서 손해가 나겠죠. 그래서 70%만 자란 콩나물을 100% 다 자랐을 때의 무게로 값을 쳐주고 구입해 온다고 합니다. 70% 콩나물은 다 자란 콩나물에 비해서 아삭한 식감이 훨씬 뛰어납니다. 정말이지 너무나 아삭아삭합니다. 그 미묘한 차이를 말로 설명할 길이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호상 : 맛있는 먹거리도 먹고. 지난주부터 청계천을 걷다보니까 청주의 젖줄이 무심천인데. 무심천도 청계천처럼 멋지게 탈바꿈 됐으며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김선권 :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호상 : 그날을 기대해보죠. 작가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이호상 : 지금까지 여행스케치 김선권 여행작가와 함께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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