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권 여행작가 "파주 임진각…민족의 아픔과 분단의 슬픔 깃든 이곳, 북녘 바라보며 평화를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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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원 작성일2023.11.09 댓글0건본문
■ 출 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 행 : 김진수 기자
■ 2023년 11월 9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967' (청주FM 96.7MHz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여행스케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방송 다시 듣기는 BBS청주불교방송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 본 인터뷰 내용을 기사에 인용하거나 방송에 사용시 청주BBS '충북저널967'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김진수 :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 ‘주말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김진수 : 작가님, 오늘은 어디를 소개해 주실 건가요?
▶김선권 : 오늘은 경기도 파주로 가서 ‘임진각국민관광지’에 있는 ‘쌍둥이 평화의 소녀상’과 ‘장단역 증기기관차’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파주는 남북 군사 대치의 최접점이기도 하지만, 판문점 등 평화와 남북교류의 길목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임진각국민관광지는 임진각과 북한기념관, 각종 기념비와 통일공원 그리고 평화누리공원 등으로 이루어진 통일 안보 관광지인데, 임진각은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7km 지점에 1972년도에 세워졌습니다. 주차장에서 장단역 증기기관차를 향해 철로를 따라가다 보면 아주 특별한 ‘평화의 소녀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쌍둥이 평화의 소녀상’입니다.
▷김진수 : 소녀상 둘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분명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김선권 : 네, 맞습니다. 나란히 세워진 두 개의 소녀상입니다. 소녀상 하나는 북으로 보낼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었는데, 남북관계 악화로 더는 진척이 없다고 하네요. 앵커님 혹시 평화의 소녀상을 실제로 보신 적이 있나요?
▷김진수 : 쌍둥이 소녀상은 본 적이 없지만 제가 서울에 있을 때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은 본 적이 있습니다.
▶김선권 :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지만 이 소녀상이 가지고 있는 의미까지는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입니다.
▷김진수 : 사실 저도 듣기는 했는데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김선권 : 빈 의자, 머리카락, 주먹, 발, 그림자, 나비 그리고 어깨에 앉아있는 새가 각각의 의미를 지닙니다.
▷김진수 :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숨어있네요.
▶김선권 : 소녀 옆에 놓여 있는 빈 의자는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빈자리를 의미하는데, 관람자가 그 자리에 앉아 빈자리를 채우며 함께 사진을 찍으라는 의도입니다. 다른 동상처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루만지며 연대하자는 것이 작가의 의도입니다. 머리카락의 형태가 단발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님,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10대 소녀가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었을까요?
▷김진수 : 아니겠죠? 당시 시대상황을 생각한다면 댕기 머리 아니었을까요?
▶김선권 : 일제강점기 소녀의 머리카락의 형태는 댕기 머리였을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그리고 얼굴의 피부는 무척 매끄러운데,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보입니다. 이것은 머리를 강제로 뜯겼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데, 가족과 고향의 품을 떠나 단절되어야 했던 아픔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꼭 쥐고 있는 주먹은 소녀의 투쟁 정신과 진상규명에 대한 강인한 의지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입니다. 신발조차 신지 못하고 있는 맨발은 아무런 준비 없이 강제로 끌려왔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뒤꿈치가 들려있습니다. 이는 예측할 수 없고 불안한 소녀의 상황을 의미하며 긴 아픔의 세월 동안 편히 쉬지 못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소녀의 왼쪽 어깨에 앉은 새 한 마리는 이승과 저승의 영매로, 일본의 사죄와 반성을 기다리다 먼저 가신 할머니들과 함께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김진수 : 소녀상의 그림자가 소녀가 아닌 할머니의 모습이란 것이 제일 유명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김선권 : 네, 맞습니다. 의자 뒤의 그림자는 단발머리 소녀가 아닌 비녀를 꽂은 할머니의 모습입니다. 소녀들이 할머니가 되기까지 걸어온 긴 시간 동안 겪은 아픔의 세월이 흘렀지만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 즉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자에 있는 나비는 어디라도 훨훨 날아갈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의 반영으로 환생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사무친 한을 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이 더 좋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김진수 : 평화의 소녀상을 통해 아픈 역사가 잊히지 않고 할머니들의 존엄 또한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선권 : 네, 이제 슬픔을 머금고 바로 옆에 있는 장단역 증기기관차를 보러 가보겠습니다. 보러 간다고 하기도 뭐합니다. 고개를 돌리면 보입니다. 옛말 그대로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습니다. 기관차로 가는 길가의 철망에는 많은 분들이 리본을 걸어 전쟁의 종결을 소망하고 있습니다. 소망 리본과 철조망 그리고 푸른 하늘,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김진수 : 그 소망이 너무 늦지 않게 이루어지기를 저 또한 소망합니다.
▶김선권 : 많은 분들의 소망을 지나 드디어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와 마주합니다. 이 기관차는 6.25전쟁 당시 기관총의 집중 사격을 받고 탈선되어 반세기가 넘도록 비무장지대에 방치된 채 남북분단의 아픔을 증언해오던 상징물이었습니다. 1950년 12월 31일 오후 10시경, 경기 파주 장단역에서 개성 방향에서 북한의 화물 증기기관차가 천천히 플랫폼으로 들어올 때, 기관차 위로 포탄이 폭우처럼 쏟아졌다고 합니다. 국군의 군수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개성에서 평양으로 가던 장단역 증기기관차는 중공군에 길이 막히자 황해도 평산군 한포역에서 북한 기관차로 갈아타고 장단역으로 들어오던 길이었는데, 우리 국군이 증기기관차를 북한군에 의해 탈취되었다고 오해해 폭격을 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관차가 중공군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파괴했다는 설 또한 존재합니다.
▷김진수 : 오해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오해여도 마음이 참 아픈데, 고의로 파괴했다고 하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플듯한데요.
▶김선권 : 그렇습니다. 저 또한 오해였길 바랍니다. 그렇게 파괴되어 잡초에 덮여 급속하게 부식되고 있는 이 기관차를 2004년 2월 6일에 문화재로 등록하고 구조보강과 녹 제거, 보호코팅제를 도포하는 방식으로 보존 처리한 다음, 동족상잔 비극의 증거물로 보존하기 위해 임진각 독개다리 입구의 현 위치로 이전하여 공개했습니다. 증기기관차 옆에는 뽕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습니다. 이 뽕나무는 DMZ 안에 피폭, 탈선되어 방치되어 있던 경의선 장단선 증기기관차 화통에서 자생하던 것을 이곳에 옮겨온 것입니다. 어떻게 화통 안에서 나무가 자라났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긴 분단의 세월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경의선을 마지막으로 달린 철마, 이 장단역 증기기관차는 1,020여 개의 총탄 자국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이 분단된 조국의 한을 증언하면서 휘어진 쇠바퀴가 다시 펴져서 북으로 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진수 :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 평화가 자리 잡기를 기원해 봅니다. 오늘 작가님 파주 임진각에 대해 전해주셨습니다. 보통 음식 소개까지 해주시는데, 시간 관계상 여기까지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김진수 : 지금까지 여행작가 김선권 작가와 여러분 함께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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