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권 여행작가 "신선이 머물던 대이작도…썰물이면 나타나는 신비의 모래섬 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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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원 작성일2023.11.23 댓글0건본문
■ 출 연 : 김선권 여행 작가
■ 진 행 : 김진수 기자
■ 2023년 11월 23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967' (청주FM 96.7MHz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여행스케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방송 다시 듣기는 BBS청주불교방송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 본 인터뷰 내용을 기사에 인용하거나 방송에 사용시 청주BBS '충북저널967'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김진수 :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 ‘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 나와계십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김진수 : 네, 작가님. 오늘은 어디를 좀 소개해주실 건가요?
▶김선권 : 오늘은 섬 여행입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해있는 아름다운 섬, 대이작도로 가보겠습니다. 대이작도는 인천에서 유일하게 ‘해양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섬으로 작년에 인천관광공사에 의해서 ‘인천생태관광마을’로 선정되면서, 그 특성에 맞게 갯벌과 숲 체험, 철새 탐조 등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현재 시범운영 중입니다
▷김진수 : 섬 여행 생각만 해도 너무 좋습니다. 먼저 궁금한 게 대이작도로 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김선권 : 대이작도는 행정구역상으로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하는데,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직선거리로 43km, 쾌속정으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대이작도에는 생태탐방로라고 불리는 4코스의 둘레길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그중 1코스인 부아산 구름다리길을 걸었는데, 부아산의 오솔길을 따라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즐기며 걷는 길로써 정상에 오르면 주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부아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 빨간색 구름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이 구름다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른 새벽, 부아산 신선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리를 건너 천상으로 향한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구름다리를 지나면 정말로 신선들이 머물 정도의 멋진 풍경이 맞이하게 됩니다. 주변의 자월도, 영흥도, 사승봉도 등의 인근 섬들과 어우러진 바다가 펼치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시간대가 맞으면 작은풀안해수욕장과 큰풀안해수욕장 앞으로 펼쳐지는 멋진 ‘풀등’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김진수 :풀등이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 저와 청취자님들을 위해서 풀등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김선권 : 사실 대이작도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풀등입니다. 제가 대이작도에 찾아간 이유도 풀등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섬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바닷물이 덜 빠져서 풀등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학술적으론 ‘하벌천퇴(下伐川退)’라고 부르는데, 가장 간단히 설명하자면 썰물 때 나타나는 ‘신비의 모래섬’ 정도로 표현하면 될 듯합니다. 풀등은 밀물 때 바닷물에 잠겼다가 물이 빠지면 바다 한가운데로 나타납니다. 풀등은 동서로 약 3.6㎞, 남북으로 약 1.2㎞에 이르는 그 면적이 약 50만 평 정도에 이르는 드넓은 모래섬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의 물결과 바람에 영향을 받아 날마다 다른 모양과 넓이를 드러냅니다. '풀등'은 강 하구에 위치한, 오랜 세월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해양생태계의 보고입니다.
▷김진수 : ‘신비의 모래섬’이라고 하시니 어떤 곳인지 짐작이 갑니다. 조금 넓은 모래사장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풀등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네요. 그런데 강 하구에 위치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강 하구와는 거리가 좀 멀지 않을까요?
▶김선권 : 풀등은 바람이 나르고 시간이 빚어낸 자연의 피조물입니다. 빙하기에는 수면이 내려가고, 빙하기가 끝나면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수면이 올라가게 되는데, 서해바다는 빙하기에 중국과 연결되어 있던 땅이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약 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현재의 위치에 도달하기 이전인 5~6천 년 전에, 한강, 임진강, 예성강에서 흘러나온 퇴적물이 세 강의 하구였던 이곳에 쌓이면서 퇴적지형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후 바람이 날려오고 파도에 밀려온 모래가 수천 년을 켜켜이 쌓이고 쌓여 바다 한가운데 풀등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풀등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서해바다에 물고기가 넘치던 불과 몇십 년 전에는 썰물 때면 풀등의 웅덩이에 갇힌 꽃게, 새우, 광어들을 주워 담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풀등은 꽃게와 넙치 등 해양생물의 서식 및 산란지이고 소라, 굴, 조개 등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김진수 : 출입이 가능한가요? 들어갈 수 있으면 재밌을 것 같기는 한데, 보존을 위해서 안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김선권 : 예전에는 이곳에서 결혼식이 열리기도 하고 기업체의 체육대회가 열리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김진수 : 결혼식은 그렇다고 해도 체육대회는 좀 과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선권 : 넓으니까요. 50만 평이잖아요. 그런데 이 생태계에 가장 큰 피해를 준 것은 개발이었습니다. 1990년대 분당, 일산, 등의 5개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필요한 모래를 북한에서 공급받기로 합의가 되었었는데, (언어를 조금 순화하겠습니다,) “공산당이 주는 것을 받을 수 없다”라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북한산 모래공급이 무산되었습니다. 그래서 한강 하구의 모래를 대량으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때 대이작도 풀등의 면적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하루 1회로 제한해서 짧은 시간 소규모로 출입해서 조개 캐기 등의 체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제한적인 출입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꽤 많습니다.
▷김진수 : 이상한 게 관광객들의 불만이 아니고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많다는 것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인데요.
▶김선권 : 대이작도는 논이 단 한 필지도 없는 섬입니다. 다른 농사도 거의 짓고 있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기에, 그들에게 풀등은 매력적인 관광자원이지요.
▷김진수 : 하루 1회는 너무 적은 것 같고,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에서 횟수를 늘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선권 :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보존과 활용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풀등에 쌓인 모래는 파도를 막아 해양 생물들에게 안정적인 서식처를 제공하고 바닷새들에게는 휴식처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풀등은 섬의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바다 한가운데 풀등은 태풍이나 해일 같은 외부의 힘을 차단하고 육지의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천연방파제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이작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옆에서 보면 마치 스핑크스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최고령 암석’이라 불리는 이 암석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19억 년 된 암석이 가장 오래된 암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암석의 발견으로 우리 땅의 기원에 25억 년 전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김진수 :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가 미리 공부하고 가서 알려주면, 좀 멋져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 이제 중요한 시간입니다. 대이작도에 가면, 무엇을 먹는 게 좋을지 먹거리도 소개해주시죠.
▶김선권 : 대이작도는 농어가 많이 잡히는 지역입니다. 농어는 물살이 세고 바위가 많은 여울목 같은 곳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이작도에서는 이런 조건이 갖춘 장소가 곳곳에 있어서 예전엔 낚시나 그물이 아닌 몽둥이로 때려서 잡을 정도로 농어가 많았다고 합니다.
▷김진수 : 몽둥이로 때려잡는다니 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김선권 :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의 생각과 함께 삶의 방식도 바뀌니까요. 저도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방식을 언급하지 않으려 했으나 얼마나 많았는지를 표현하고자 이야기했습니다.
▷김진수 : 그렇군요. 대이작도에서 소개해주실 음식은 그렇다면 농어회인가 봅니다.
▶김선권 : 물론 농어회도 좋은데 오늘은 조금 다른 음식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대이작도 주민들의 소울푸드 ‘농어건탕’입니다.
▷김진수 : 농어건탕이요? 처음 들어보았지만, 어떤 음식인지 대충 짐작은 가네요.
▶김선권 : 네, 그럴 것입니다. 된장베이스에 반건조시킨 농어에 꽃게 등의 각종 해물을 곁들이고 청양고추를 썰어넣어 끓여낸 음식입니다. 구수하면서도 칼칼합니다. 그리고 반건조된 농어에서 나오는 응축된 향과 쫀득한 식감이 일품입니다. 농어건탕이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대이작도 사람들에겐 소울푸드입니다.
▷김진수 : 저도 한 번 직접 가서 먹어보고 싶습니다. 시간관계상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선권 : 고맙습니다.
▷김진수 : 지금까지 김선권 여행작가와 함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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