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상원 교수 "'하얼빈', 안중근이 차가운 누아르를 만나 뜨겁게 타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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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채리 작성일2025.01.23 댓글0건본문
■ 출 연 : 곽상원 교수
■ 진 행 : 이호상 기자
■ 송 출 : 2025년 1월 23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967'
■ 주파수 : 청주FM 96.7MHz /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무비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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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방송 다시 듣기는 BBS청주불교방송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 본 인터뷰 내용을 기사에 인용하거나 방송에 사용시 청주BBS '충북저널967'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이호상 : 곽상원 교수의 영화 이야기 무비 톡 시간입니다. 곽 교수님 연결돼 있죠. 안녕하십니까?
▶ 곽상원 : 안녕하십니까. 무비 토커 곽상원입니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 이호상 : 네. 교수님 오랜만에 목소리 듣습니다. 잘 지내셨죠?
▶ 곽상원 : 네. 별일 없었습니다.
▷ 이호상 : 오늘 어떤 영화입니까? 바로 가죠.
▶ 곽상원 :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절대 모를 수 없는 인물의 생을 영화화 한 영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안중근 의사의 인생을 영화화 한 <하얼빈> 가지고 왔고요. 작년 말쯤 개봉해 가지고 아직까지 극장에 걸려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내부자들>과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요.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이 출연했습니다.
▷ 이호상 :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은 영화를 관람을 했는데<하얼빈>을 못 봤네요.
▶ 곽상원 : 이 영화 놓치시면 아마 후회하실 것 같아요. 극장에서 보시는 걸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 이호상 : 과거 역사의 위인을 다룬 영화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까 이미 업적을 다들 우리 국민들이 알고 있고, 그렇다 보니까 이야기하기는 좀 쉽겠습니다만, 영화를 만드는데 좀 어려운 부분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요.
▶ 곽상원 :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 그리고 모두 다 숭고하게 생각하는 위인들을 영화로 하려는 순간 굉장히 우려되는 일들이 많이 있어요. 일단 그렇게 손을 댔을 경우에 문제가 되는 위인들이 몇 분 계시죠. 그중에 하나가 이제 이순신 장군님. 그래서 물론 이순신 장군의 영화는 <명량>, <한산>, <노량>으로 훌륭하게 삼부작을 잘 만들었고요. 편마다 배우를 다르게 가져가는 기획력도 굉장히 좋았고 그리고 각 편마다 이순신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만큼은 김한민 감독의 고민이 굉장히 잘 묻어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중에서 두 번째 인물은 세종대왕이 있거든요. 세종대왕도 <나랏말싸미>, <신기전>, <천문:하늘에 묻는다>의 작품들에서 다루긴 했지만 아직까지 세종대왕의 업적을 잘 다루는 영화가 있었나 하게 되면 조금 아쉬운 것이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 안중근 의사가 있죠. 이번 영화 <하얼빈>에서는 보는 방식에 따라 조금 아쉬운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1990년대 이후에 나왔던 안중근 영화 중에서는 저는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 이호상 : 저는 언뜻 생각이 안 나는데 교수님, 안중근 의사를 영화화했던 영화들이 꽤 있었군요?
▶ 곽상원 : 지금까지 총 5편의 영화가 있었고요. 처음에 만들어진 건 1959년에 <고종황제와 의사 안중근>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에 세 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제작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그리고 인간 안중근이 독립군이 돼서 어떻게 이등박문을 저격하게 됐는지까지의 모습을 잘 투여한 영화라고 합니다. 그리고 1972년에는 <의사 안중근>이 개봉이 됐었고요. 이 영화도 그 해 대종상을 받을 정도로 굉장히 잘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안 만들어지다가 2002년에 <2009 로스트 메모리즈>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영화가 독특한 설정이 만약에 의사 안중근이 이등박문에 적격을 실패했다라면 어땠을까라는 설정으로 영화가 시작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아니라 일본에 속국이 되어 있고요. 그리고 쓰는 말도 한글이 아닌 일본 말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 “이 영화 굉장히 독특하다. 재미있겠는데!”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소재는 참신하긴 하지만, 용두사미가 되는 영화이기 때문에 추천해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리고 2004년도에는 <도마 안중근>이라는 영화가 개봉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그냥 거르시는 게 건강상에 좋고요. 그리고 2022년도에 개봉한 영화가 바로 <영웅>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뮤지컬 영화,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 한 것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잘 뽑았다라는 얘기가 많긴 하지만 너무나 감성적인 측면으로 흐르지 않았나라는 점에서는 이리저리 호불호가 갈리긴 합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해 드리는 영화 <하얼빈>이 그 <영웅>과 비교하면서 보게 된다면 되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 이호상 : 설명을 들어보니까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들이 정말 5편이나 됐었군요. 저희들도 미처 몰랐네요. 지금부터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 먼저 이 위인을 다루는 영화는 사실 우리가 약간 애국 마케팅에 기대는 경우가 꽤 있지 않습니까? 이번 영화는 어떻게 평가하실 수 있을까요?
▶ 곽상원 : 우리나라 위인을 다루는데 애국 마케팅에 기대지 않을 수가 없겠죠. 그러다 보니까 여기서도 기대고 있냐 안 기대고 있냐라고 얘기할 때, 그런데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정도만 기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까는 <영웅> 같은 경우는 굉장히 심한 애국주의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것들은 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성적인 면으로 관객을 현혹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영화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고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 두 번 봤거든요. 한 번은 가족들이랑 보고 그리고 그 영화가 갖고 있는 독특한 건조함과 절제된 감정이 너무나 좋아서 짧은 시간 내에 일주일 내에 다시 한번 영화를 보긴 했었어요. 다시 한번 봤을 때 그 느껴지는 질감도 너무나 좋았고 그래서 이 영화는 다른 건 모르겠지만 극장에서 보시라고 꼭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 이호상 : 그러면 영화 <하얼빈> 줄거리는 대충 짐작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좀 선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소개를 해 주신다면요?
▶ 곽상원 : 줄거리는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이것만 얘기해 드릴게요. 영화 초반에 전투신에 대해서 좀 말씀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영화 시작이 1908년에 신아산 전투로 시작을 하게 됩니다. 영화 초반 오프닝 신은 한 15분 정도가 진행이 되는데 그 액션신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아요. 그런데 영화 시작 초반에는 굉장히 정교한 액션 영화처럼 벌어지다가 후반에 가게 되면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쓰고 보통 우리가 얘기하는 개싸움 난장판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이 오프닝 액션신이 영화의 정체성을 얘기해 주는 것 같아요. 초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갈 때 그 당시 독립군이 하던 독립운동이 사실상 그렇게 아름답지 않고 되게 치열한 운동이었다는 것을 의미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무언가 희망을 가지고 전투를 시작을 하긴 하지만 독립이라는 것이 보통 전쟁 영화에서 보는 전투처럼 낭만적이지 않고 처절하고 지독히 외롭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이 전투신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 곽상원 : 그래서 전투신 후반에는 영상으로 보는 시각적인 효과가 피부로 느껴지고 촉각적인 효과로 변형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돼요. 그 당시의 고통이라든지 그 힘듦이라든지 처절함이 온몸으로 느껴지게 초반 오프닝에 잘 찍어놨습니다. 그래서 독립운동이 뭔가 숭고하고 낭만적인 것이 아니라 그 길은 굉장히 고통스럽고 처절하다는 것을 이 전투신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 이호상 : 그러니까 영화 처음부터 아주 처절한 울림을 좀 보여주고 있는 게 좀 특색이다 그 말씀이신 건데 사실은 독립운동을 하는 영웅적인 모습을 다루다 보니까 말이죠. 교수님이 보실 때 이 영화의 포인트를 좀 집약해 주신다면 어디에 있을까요?
▶ 곽상원 :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저런 고통과 번민을 담고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프닝을 지나게 되면 동료를 잃고 다른 독립군의 장소로 가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되게 꽁꽁 얼어있는 호수 위에서 이렇게 현빈이라는 배우가 누워 있어요. 그러다가 일어나서 이제 걸어가게 되죠. 그러면서 얘기하는 게 나는 왜 살아 있을까라고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얻어내는 답은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죽은 동료의 목숨을 대신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그들이 이루지 못한 일을 이루기 위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라는 것을 느끼게 돼요. 그러면서 얼어 있는 바닥에 얼마나 오랫동안 누워 있었는지 그 누운 자리에 이렇게 눈으로 자국이 남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라는 것을 영화는 잘 표현해 주게 됩니다.
▶ 곽상원 : 그런 고통스러운 길을 편하지 않게 걷고 그 다른 동료들의 생명의 무게를 짊어지면서 얼어붙은 강을 건너갈 때 인간으로서 어떻게 저렇게 버틸 수가 있지 그러니까는 한 인간이 그 단 한 인간이 아니라 그 당시에 살았던 모든 독립군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영화를 통해서는 진짜 뼈저리게 느끼면서 그걸 몸이 건조하고 절제된 영상으로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 이호상 :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 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동안 안중근 의사를 그렸던 다른 영화와는 좀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곽상원 : 우리가 안중근 하게 되면 신성한 영웅으로 생각하고 물론 그가 없었더라면 광복이 오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일을 이루기는 했지만 그도 그냥 하나의 인간이며 우리처럼 힘들어하는 이런 서사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안중근 의사 이외에 다른 독립 투사들의 각각의 서사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지점으로 영화가 보여지기도 합니다.
▷ 이호상 : 알겠습니다. 이번 설 연휴 때 꼭 봐야 되겠네요.
▶ 곽상원 : 자기의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가게 됐을 경우에는 그 인물이 갖고 있는 숭고함이 훼손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돼서 최대한 미화하지 않고 무미건조하게 영화를 찍다 보니까 약간의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이 영화는 놓치지 않고 극장에서 보시는 것을 저는 추천드립니다.
▷ 이호상 : 알겠습니다. 교수님 여기서 마무리하고요. 명절 연휴 지나고 다음 주에 봬야 되겠네요.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곽상원 :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호상 :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곽상원 교수의 무비토크 오늘은 안중근 의사의 인생을 영화화한 영화죠. <하얼빈>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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